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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리뷰·요약·소개

영화 인비저블맨 관람 후기와 떡밥 해석. 스포일러 있음. 쿠키 없음.

 

 

오늘은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인비저블맨'을 관람하고 왔다.

나는 영화를 보기 전에 예고편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많은 사람들이 배경 지식이나 관련 정보들을 미리 알고 영화를 봐야 영화가 더 재미있어진다는 말을 하는데, 난 오히려 백지상태에서 보는 것이 더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본 후에 몰려오는 궁금증들을 풀어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떡밥들과 반전요소들을 해석해 낼 때면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요컨대, 모르고 본 다음에 생긴 의문점들을 알아가는 것이 더 재미있다.


 

 

굳이 꼭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영화 제목과 포스터만 보고 영화를 관람했다.

처음에 영화 제목과 포스터를 보았을 때, 그저 투명인간이 범죄를 일으키거나, 보이지 않는 존재가 가져다주는 공포에 대해 다룬, 단순한 킬링타임 영화가 아닐까 추측했었다.

제작진들이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들을 제작했었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는데 그리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았었다.

나중에 찾아보면서 안 사실이지만 '겟아웃'과 '어스'의 제작을 맡았었다고 한다.

그냥 하는 말이지만 원래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이라는 영화를 보려고 했었으나 순간의 변심으로 '인비저블맨'을 보게 되었다.


잠들어있는 애드리안으로부터 숨죽이고 도망치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잠들어있는 애드리안을 비추고 있는 카메라를 제외한 모든 실시간 감시 카메라와 모든 경보를 꺼 버린다.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애드리안이 잘 잠들어 있는지 계속해서 확인하면서 도주 준비를 한다. 이때만 해도 나는 애드리안이 투명인간이 되는 능력을 지닌 인간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세실리아는 작은 틈새에 물건을 보관하는데, 애드리안은 철저히 모르는 장소인 것 같았다.

애드리안은 제우스라는 개를 키우고 있었는데 차고를 벗어나려는 세실리아의 뒤를 따라나온 제우스를 그냥 두고 갈 수가 없어서 제우스의 목에 달려있는 전자 장치를 풀어주다가 실수로 차를 건드려 차에서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다급히 담을 넘어 도로변으로 가서 누군가를 기다리는데 차를 타고 세실리아의 언니 에밀리가 도착한다. 보조석에 타기 전에 뒷좌석에 짐을 싣는데 세실리아도 모르는 사이에 약통을 도로에 떨어뜨리게 된다.

상황을 아무것도 모르는 에밀리의 굼뜬 행동 때문에 뒤따라온 애드리안에게 잡힐 뻔 했지만 무사히 도망친다.

애드리안은 약통을 발견한다.


세실리아는 제임스의 집에서 지내게 되는데 세실리아는 애드리안에게 상습적으로 학대당해 왔었기에 밖에 애드리안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세실리아에게 애드리안이 자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그 강박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 애드리안의 유서를 애드리안의 동생인 톰에게서 듣게 되고, 어마어마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다. 재산 상속의 조건은 정신적으로 미치지 않거나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계속해서 온전히 재산을 상속받게 된다는 것이었다.

제임스, 그리고 제임스의 딸 시드니와 함께 파티도 하고, 작은 선물도 주고, 특히 시드니에겐 가고 싶었던 대학의 학비를 대주겠다는 선언을 함으로써 어마어마한 기대를 갖게 했다.

애드리안에게서 완전히 벗어나고 이제 행복한 일만 남은 것 같았다.


인비저블맨의 감독인 리 워넬은 그 이후 반복적으로 아무도 등장하지 않은 채로 그저 비추고만 있는 장면들을 끼워 놓았는데, 그 때 마다 애드리안이 사실 자살한 것이 아니라 투명인간이 된 것이고,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사람이 있어야지만 발생할 수 있는 어떠한 동작이 발생할 것만 같은 긴장감을 주려고 한 것 같다.

아마 제목이 인비저블맨인 점을 이용한 것 같다.

물론 인위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불에 올려 놓았던 프라이팬이 타는 등 자연적인 현상만 일어날 뿐이었다.


하지만 점점 허공에서 입김이 나고 이불이 걷어지는 등 설명하기 어려운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애드리안이 아니면 세실리아에게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애드리안이 했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믿어주는 사람은 없었고, 증명하지 못하면 애드리안이 사실 자살한 것이 아닌 투명인간이 되어 자신을 스토킹하고 괴롭히고 있다고 주장하는 세실리아가 미친 범죄자가 되기 때문에 반드시 밝혀내야 했다.

점점 보이지 않는 존재의 행동은 자신에게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닌 대담히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었는데, 그 행동 하나하나가 세실리아가 주변으로부터 고립되도록 유도하는 행동들이었다.

가만히 두고 볼 수도 없었고, 또 무언가 조치를 취하자니 막막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세실리아는 보이지 않는 존재와 몸싸움을 하다가 그 존재를 뿌리치고 택시를 불러서 증거를 찾기 위해 과감하게 애드리안의 집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세실리아는 온 전신이 작은 카메라들로 이루어진 수트를 발견하게 되고 그것을 보이지 않는 존재가 도착하기 전에 세실리아만 알고 있는 틈새에 숨긴다.

여기서 드는 의문점이 하나 있는데, 애드리안의 집과 세실리아가 택시를 부른 곳은 꽤 먼 거리고, 영화에서 나온 애드리안의 집의 출입구는 하나인데 또 택시가 세실리아를 대기하고 있던 장소는 그 출입구 바로 앞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세실리아아게 뿌리쳐진 투명인간이 세실리아가 투명 수트를 틈새에 숨기고 나서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영화라서 가능한 허용이 아니었을까 싶다.

여기서 투명인간이 애드리안의 집에 도착하는 과정을 조금만 더 친절히 설명을 해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세실리아는 에밀리에게 도움을 청하고 약속을 잡고 식당에서 만나 얘기를 하는 도중 투명인간이 에밀리의 목을 식칼로 그어 죽여버리고 그 식칼을 순식간에 세실리아의 손에 쥐어줌으로써 마치 세실리아가 에밀리를 죽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

세실리아는 그렇게 살인자로 몰리게 되었고 정신병원에 보내진다. 그리고 재산 상속 조건인 정신적으로 이상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야 한다는 것 두 가지가 모두 세실리아에게 해당되는 것으로 보여졌기 때문에 재산 상속도 중단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자기 자신의 문제만이 아닌 시드니의 대학 학비도 대지 못하게 된다.

이 말은 정신병원에 갇혀 있던 세실리아에게 톰이 한 말이며 톰은 뒤이어 세실리아에게 형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냐며 모두 없던 일로 하려면 형에게 돌아가 아이를 낳고 새롭게 형과 시작하라고,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그리고 여기에 서명만 하면 모든게 원래대로 돌아간다며 종이와 펜을 내민다.

모든게 원래대로 돌아간다는 것은 톰과 애드리안의 관점일 뿐, 세실리아에겐 전혀 원래대로가 아니었다. 이미 자신과, 자신을 제외하고도 많은 것들이 망가졌고 그 중에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도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세실리아는 이에 화를 내며 종이와 펜을 바닥으로 내팽개쳐서 시선을 돌리고 톰이 종이와 펜을 줍는 그 순간 다른 곳에 있던 펜을 빼돌린다.

톰은 며칠 더 생각해보라며 자리를 뜨고 세실리아는 우연히 테이블에 붙은 껌을 발견한다.


세실리아는 격리실로 돌아와 혼자가 되자 화장실 문틀 위에 껌으로 붙여 두었던 펜을 떼어내고는 "너는 이 애를 가질 수 없어 애드리안" 이라고 하며 자신의 손목을 펜으로 내리찍어 긋는다.

주욱 긋고 있는데 투명인간이 더 이상 손목을 긋지 못하게 막으려 세실리아를 붙드는데 투명인간이 세실리아를 붙들자 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투명인간을 공격한다.

세실리아의 공격은 투명 수트를 오작동하게 만들었고 투명인간은 투명해졌다 불투명해졌다를 반복한다.

소동이 일어나는 소리를 듣고 경비들이 토너먼트 마냥 몰려오지만 모두 죽게 됐지만 애드리안이라고 확실시된 투명인간의 심리상 세실리아를 다치게 할 수는 있어도 죽일 수는 없는 처지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텐데, 세실리아는 애드리안의 아이를 가진 상태이다. 세실리아는 애드리안의 아이를 갖게 되면 애드리안에게 다시는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여겼기에 애드리안에게서 도망치기 전까지는 피임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해 왔지만 애드리안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중간에 약을 바꿔치기한 것이다.

각설하고, 여기서 더 시간이 끌리면 안된다는 것을 아는 투명인간은 재정비를 위해서 도망치기 시작한다.

그렇게 추격전이 시작되고 결국 세실리아는 투명인간을 놓친다. 하지만 세실리아는 투명인간이 어디로 갈지 예측하고 있었고, 곧바로 제임스에게 전화를 걸어 시드니가 위험하니 빨리 집으로 가 보라고 말한다.

투명인간이 가장 먼저 도착하여 시드니를 덮쳤지만 뒤이어 제임스, 세실리아가 차례대로 도착하여 투명인간을 제압하는데 성공했다.

세실리아는 투명인간의 정체를 확실히 밝히기 위해서 투명 수트의 가면을 벗긴다.

투명 수트의 가면 속에 있는 사람은 당연히 애드리안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두는 놀란다.

그 정체는 바로 애드리안의 동생 톰이었다.

제압하는 과정에서 총을 맞은 톰이었기에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그리고 때마침 애드리안의 집에 들이닥친 경찰들이 감금되어있는 애드리안을 발견한다.


정황상 모두가 여태까지 벌어진 일들을 전부 톰의 짓이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단 한 사람. 세실리아는 아니다.

세실리아는 톰이 애드리안과 한패이거나 애드리안이 톰을 이용한 것이라고 생각했고, 제임스 조차 세실리아가 덮어쓴 누명을 벗겨낼 최적의 시나리오는 그냥 모든 것은 톰이 벌인 짓이라고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세실리아는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 제임스는 경찰 경력을 내세우며 계속해서 세실리아를 말렸다.

세실리아는 애드리안에게 전화를 걸었고 둘은 만났다.

식탁의 양 끝에 앉은 둘 쪽을 비추는 카메라의 화면이 나타나고, 그 화면에는 세실리아 쪽은 반 쯤만 나오지만 애드리안 쪽은 확실하게 잡히고 있었다.

세실리아는 애드리안에게 모든 것을 인정하라고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애드리안은 톰의 짓이었다고 말했고 자신은 집 안에 감금되어 있었다고 대답할 뿐이었다.

세실리아는 돌연, 체념한 듯이, 내가 잘못 생각했던 것이라는 듯이, 다시 새롭게 시작해 보겠다는 듯이 행동했다.

마치 안도하는 듯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자신을 안아주는 애드리안을 밀쳐내지도 않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려는 듯이. 그렇게 행동했다.

뺨을 타고 흐른 눈물을 씻고 오겠다며 화장실로 갔고 애드리안은 그저 세실리아가 화장실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갑자기 애드리안이 칼을 손에 쥐더니 목을 그어 자살했다.

화장실에 다녀온 세실리아는 목이 그어져 피를 쏟아내는 애드리안을 보며 비명을 지르고 곧바로 911에 신고를 하며 뒷걸음질친다. 그리고 애드리안 쪽을 확실히 비추던 감시 카메라의 시야에서 벗어난 것을 곁눈질로 확인하자 이윽고 뒷걸음질을 멈추고 표정은 차가워진다.

.

.

.

"Surpris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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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아무 감정도 느끼지 않는 상태라는 듯이 집을 나선다.

세실리아가 집을 나서려고 하자 놀람과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숨을 몰아쉬며 제임스가 나타난다.

이 상황으로 들어오기 전, 애초에 제임스는 세실리아와 같이 차를 타고 왔었고, 둘이 계획하여 모든 상황을 제임스가 도청 중이었던 것이다.

흥분하여 다급하게 이것저것 물어보는 제임스를 세실리아는 오히려 진정시켰다.

그리고 제임스는 세실리아의 가방에 작동을 멈춘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투명 수트가 담겨 있는 것을 보았다.

세실리아는 물었다.

"어떻게 들렸어?"

나는 이 질문이 경찰 경력을 내세웠던 제임스에게 과연 애드리안이 했던 변명들이 진실로 들렸는지 아닌지를 물어보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이렇게 생각한 사람들이 더 많았을 것으로 추측한다.

제임스는 대답했다.

"자살하는 것 같이 들리더군."

개인적으로, 아마 이 부분의 질문은 두 가지의 중의적인 의도를 가진 질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첫 번째로는 애드리안이 했던 말을 들었을 텐데, 진실을 말하는 것 같이 들렸는지 아니면 거짓으로 숨겨서 말하는 것 같이 들렸는지에 대해 묻는 의도이고,

두 번째로는 애드리안이 내지른 비명이 타살로 들렸는지 자살로 들렸는지에 대해 묻는 의도로 말이다.


이후 세실리아가 제임스를 뒤로 하고 집을 벗어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의 막은 내려간다.

세실리아는 탈출 이후에 투명 인간에게 쫓겼었는데 애드리안의 집에 잠입했을 때 투명 수트를 숨겨 뒀었다. 세실리아와 애드리안의 재회 장면에서 눈물을 씻어내고 오겠다는 핑계로 화장실에 간 뒤에 애드리안이 자신을 볼 수 없는 동선을 통해서 투명 수트를 꺼내 장착하고 애드리안을 살해한 것 같다.

그것도 자신의 언니인 에밀리가 살해당했던 방식과 완전히 똑같이.

이것은 세실리아의 복수심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실리아는 아마 애드리안의 집에 잠입하고 투명 수트를 발견하자마자 이 모든 장면들을 구상했을 것이다.

세실리아의 영리함에 놀랐다. 상당히 먼 수를 내다보고 그 수를 확실히 자기의 것으로 가져오는 세실리아의 능력과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을 겪고, 아무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고, 주위로부터 고립되는 상황에 처해 있는데도 흔들리지 않는 멘탈은 가히 대단하다고 할 만 하다.


등장인물

엘리자베스 모스 - 세실리아 카스 역

올리버 잭슨코헨 - 애드리안 그리핀 역

알디스 호지 - 제임스 라니어 역

스톰 레이드 - 시드니 라니어 역

해리엇 다이어 - 에밀리 카스 역

마이클 도어맨 - 톰 그리핀 역


그냥 하는 말이지만 인셉션과 인터스텔라를 재밌게 봤었는데 인비저블맨까지 재미있는 것을 보면 접두사 '인'에 뭔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정말 재미있게 봤던 영화고 앞으로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볼 의향이 있다.

누가 나에게 인생 영화 리스트를 묻는다면 나는 당당히 이 영화의 이름을 입에 담을 것이다.